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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AI가 빠를수록 조직은 더 외로워진다 — 연결 없는 속도의 역설

나박사AI 2026. 5. 12. 17:42

"우리 회사도 AI 다 깔았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죠?"

요즘 경영자들을 만나면 열에 아홉은 이 말을 한다.

반은 푸념이고, 반은 진심이다.

ChatGPT 기업용 계약도 맺었다. 부서마다 AI 도구도 도입했다. 디지털 전환 선언문도 만들었다.

그런데 현장은 여전히 제자리다.

마케팅팀은 AI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발팀은 AI로 버그를 잡는다.

그런데 마케팅이 발견한 고객 불편이 개발팀에 닿기까지는 여전히 3주가 걸린다.

수십억 원짜리 AI 시스템이 만들어낸 인사이트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채 폴더 속에서 잠을 잔다.

 

이미지 컨셉: 각 부서(마케팅, 개발 등)가 높은 투명 유리벽(Silo)에 갇혀 각자의 AI 도구만 열심히 사용하고 있고, 서로 간의 소통은 단절된 모습을 시각화

 


문제는 AI의 성능이 아니다

AI를 담는 그릇, 즉 조직의 연결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AI는 달라졌는데, 정보가 흐르는 길은 10년 전과 같다.

사회학자 그라노베터는 1973년 보스턴 직장인 수백 명을 인터뷰했다.

"당신은 지금 직장을 어떻게 구했습니까?"

새 일자리를 찾아준 것은 매일 점심을 함께 먹는 친한 동료가 아니었다.

1년에 한두 번 명절 인사를 나누는 느슨한 지인이었다.

그는 이것을 약한 연결의 힘이라 불렀다.

강한 연결은 이미 아는 정보를 더 빠르게 공유한다. 약한 연결은 내가 모르는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새로운 기회는 언제나 느슨한 관계의 저편에서 왔다.

 


그런데 AI 도입 이후,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팀 내부의 강한 연결은 더 촘촘해졌고, 팀 사이의 단절은 더 깊어졌다.

AI가 각자를 더 빠르게 만들수록 서로는 더 멀어졌다.

빠른 것들이 모여 조직 전체를 느리게 만드는 역설이다.


어느 아침, 내 볼보에서 답을 찾았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볼보가 반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카메라는 차선을 읽고, 레이더는 앞차 거리를 잰다. 라이다는 주변 사물을 입체로 그린다.

센서 하나하나는 완벽하다.

그런데 이 세 개의 센서가 서로 대화하지 못하면 차는 1초 만에 멈춘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었다. 연결이 문제였다.

조직이 정확히 그렇다.

 

이미지 컨셉: 칼럼의 핵심 비유인 자동차 센서를 시각화합니다. 미래형 자동차 주변으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신호가 뿜어져 나오지만, 이 신호들이 중앙 처리장치로 모이지 않고 흩어질 때 자동차가 멈춰 서는(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묘사


구조적 공백 — 그 빈칸을 메우는 사람

사회학자 버트는 이것을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 이라 불렀다.

연결되지 않은 집단 사이에 반드시 생기는 빈칸. 그 빈칸을 메우는 사람이 조직의 정보를 쥐고, 혁신의 촉매가 된다.

실리콘밸리 연구에서 구조적 공백을 중개한 직원의 승진 속도는 그렇지 않은 직원의 2.5배였다.

AI 도입 전까지는 눈치 빠른 중간관리자가 이 역할을 맡았다.

비공식 점심, 복도 잡담, 퇴근길 한마디.

그것이 그 빈칸을 조용히 메워왔다.

그런데 AI가 효율을 앞세워 중간관리자를 줄였다.

그가 메우던 빈칸은 아무도 모르게 커졌다.

센서는 늘었는데, 처리기가 사라진 것이다.


MIT 연구가 증명한 것

2024년, MIT 연구팀이 기업 231곳을 분석했다.

AI 투자 대비 성과 차이를 가른 최대 변수는 도구의 성능이 아니었다.

AI가 만든 정보가 조직 경계를 넘는 속도였다.


AI 시대의 진짜 핵심 인재

지금 당장 주변을 살펴보면 보인다.

부서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저쪽 팀도 비슷한 문제 갖고 있던데요"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두 팀 사이의 빈칸을 채우는 사람.

그가 AI 시대의 진짜 핵심 인재다.

센서들을 이어주는 처리기. 끊어진 두 팀 사이를 잇는 사람.

 

이미지 컨셉: 단절된 두 조직(섬처럼 떨어진 플랫폼) 사이의 건널 수 없는 틈(구조적 공백)을, 한 명의 핵심 인재가 빛나는 빛의 다리를 놓아 연결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을 묘사


마치며

내 볼보가 멈추는 경우는 딱 하나다. 센서들이 서로 말을 잃었을 때.

조직도 마찬가지다.

AI가 아무리 빠르고 정확해도, 팀과 팀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순간 그 조직은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춘 차가 된다.

AX 전환을 준비하는 경영자라면 그 침묵이 오기 전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한다.

연결하는 사람이 없는 조직의 AI는 빠르지만 혼자인 센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중앙이코노미뉴스 칼럼 원문 👉 https://www.joongang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18490


나병인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행정학박사), 생성형 AI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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